「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서문에도 나와 있듯, 이 책은 손정의의 이야기를 군상극 형식으로 풀어냈다. 그러한 서술 구조, 즉 손정의 개인의 독백보다 주변 인물의 증언에 비중을 둔 점이 내게는 오히려 손정의라는 인물의 본질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낸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손정의를 도운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이름이 잘 외워지지 않아 ‘이 사람이 누구였더라’ 하며 책장을 앞으로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과연 손정의의 힘이 무엇이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기꺼이 그의 편이 되었느냐는 것이었다.
그의 말은 어쩌면 허풍처럼 들린다. 책에서도 그를 겪었던 사람들 다수가 그런 식으로 회고한다. 나 역시 그랬다. 특히 최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담화에서, 자신이 AGI 실현을 위해 태어났다는 그의 말이 그리 진정성 있게 들리지는 않았다.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 됐든 우리는 손정의가 그런 의심을 하나하나 돌파해 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말을 허풍 섞인 꿈이 아니라 확고한 비전으로 믿게 하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책을 읽어보니, 그 힘은 손정의 삶 속에서 형성된 독특한 세계관에 있는 것 같다. 독특하지만 그가 홀로 정립한 것은 아니다. 노부나가와 료마 같은 과거의 스승, 맥도날드 재팬의 사장, 샤프의 전무, 총합연구소의 이사장 등 사업을 하며 도움받은 은인들까지. 여러 사람에게 배우며 형성된 그의 관념에 본질이 있는 듯하다.
손정의가 스스로 강조하는 것은 ‘뜻’을 함께하는 동지적 결합이다. 그가 품은 뜻은 300년 이상 지속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며, 그 전제에는 개인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이 놓여 있다. 따라서 오래가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닌 함께 가야 한다. 독보적인 하나의 기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높은 다양성을 갖춘 ‘군’을 만드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왕국을 건설한다. 손정의의 뜻은 이러한 세계관 아래에서 세워졌다. 가능성은 최대한 넓게 유지한 채, 양질의 정보를 모으고 가시화하여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먼저 독점한다. 그리고 그다음을 본다.
그 역시 수차례의 부침이 있었고, 그때마다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치우느라 정신없이 보내기도 했지만, 손정의는 지금껏 최대한 먼 곳을 바라봤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는 자신의 관점이 옳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대부분 그러했다. 그렇기에 당당히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그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그는 자신의 뜻에 진심이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신감인 듯하다. 지극히 평범한 나로서는 경이롭고 부러운 점이다. 대개 어린 시절의 꿈은 현실을 만나면서 점점 쪼그라들기 마련인데, 손정의는 어떻게 갈수록 더 큰 꿈을 꿀 수 있었는지, 또 어떻게 그 꿈을 모두가 함께 꾸는 거대한 뜻으로 만들었는지….
책의 말미에서 힌트를 본 것 같다. “슈퍼맨이 아니라, 이상할 정도로 강한 집념을 가진 하나의 소년”. 손정의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매일 5분이라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려 노력했다고 한다. 결국, 천하를 다스리기 전에는 나라부터, 나라를 다스리기 전에는 가정부터, 그전에 스스로의 몸과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 지금의 게으른 나로서는 어려운 과제지만, 가장 우선적인 과제일 것이다. 나조차 나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남이 나를 믿어 줄 리 없을 테니.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 스기모토 다카시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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