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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Eric Ju 2025. 2. 10. 00:50

합리주의와 회의주의를 형이상학의 양 극단에 위치시킬 때, 대부분 회의주의는 합리주의적 토대에 대한 반박이다. 나심 탈레브의 경우에도 그렇다. 책에서 탈레브는 이성으로 진리를 포착할 수 있다는 근대의 믿음에 반대한다. 현대의 간헐적인 위기는 근대의 합리적 세계관에서 기인하며, 모든 현상을 이론으로 포섭하려는 잘못된 의지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이 큰 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프래질한 구조의 원인이라고 그는 말한다.

 

세계에 대한 이러한 진단은 탈레브가 직접 언급했듯 아주 새롭지는 않다. 이미 흄이 말한 대로, 귀납적 지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 어쨌든 우리가 사는 삶은 현실 그 자체이고, 우리는 살기 위해 내일을 예측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의 규칙성(ex. 해가 동쪽에서 뜬다)이 미래에도 똑같이 구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그러나 그 믿음은 연역적으로 정당화될 수도 없고, 귀납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 믿음이 유용하기에 삶에 적용하는 것이다. 탈레브 역시 이러한 회의주의적 전통 아래에서, 귀납적 지식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경고한다. 리스크는 언제나 예측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회의주의는 형이상학적 실체가 존재한다는 믿음, 혹은 실체에 대한 지식을 이성으로서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우선 파괴하려 든다. 그러나 거기서 그친다면 회의주의의 가치는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칸트가 경고하는 대로, 내용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지만, 개념이 없는 직관 역시 맹목적일 수 있다. 내가 탈레브의 사상에 귀 기울이게 된 것은, 그가 단지 진단만을 내리지 않고 명확한 원칙과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여, 삶에 적용할 만한 지혜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탈레브는 삶과 세상의 무작위성을 일단 인정하고, 그것을 두려워 말라고 말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우리 앞에 변동성은 이미 주어져 있기에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것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작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때 실패의 규모는 적절히 제어하고, 비대칭적인 이익 구조 안에서 상한이 없는 성공을 위해 실천을 지속하라 주문한다.

 

여러 고민이 많은 시기에, 이 책을 읽으며 깊이 생각했다. 학교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다 보니, 요즘은 꼭 당장이라도 무언가 선택해야 할 것처럼 조급해진 것 같다. 탈레브의 말처럼, 며칠이라도 산책하는 태도로 보내야겠다. 조급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시야가 좁아지면 선택의 기준이 흔들린다. 결국 중요하지 않은 남들의 기준이 나의 기준을 대체한다. 비아 네가티바, 쓸모없는 것은 전부 제거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보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책을 마무리했다.

 

 

안티프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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